인물 대한민국에서 후원자로 산다는 것 - 남석하 후원자

2016.11.083,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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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후원자로 살아가는

가장 보통의 그러나 가장 특별한 그들의 이야기





♬ 찬바람이 싸늘하게~두 뺨을 스치면~ 따스하던~ ㅅㄹ호빵, 말고요. 붕어빵을 떠올려 주세요! 겨울 하면 역시 붕어빵이죠, 그렇고 말고요.
붕어 아닌 팥만 든 붕어빵은 가라! 이색 붕어빵으로 인기몰이 중인 망우동의 명물, ‘남석하’ 붕어빵 아저씨를 만나볼까요? 미끈히 잘 생긴 붕어빵은 아니지만, 주둥이나 꼬리가 약간씩 삐뚤빼뚤하지만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어느새 붕어빵 쇼핑 나서는 자신을 발견하고 말 거예요.
 
 
"망우동에선 붕어빵 아저씨로 꽤 유명해요, 나."

 


중랑구 망우동에서 붕어빵을 구워 파는 ‘남석하’예요. 초코맛이 아주 잘 나가요. 다른 데선 못 먹어봤죠? 인근에 학교가 너 댓 개 있는데 녀석들이 참 좋아해요. 맛있게 먹는 거 보면 아픈 허리도 잊지요. 여기 붕어 그림이 예쁜 메뉴판도 내 붕어빵에 중독됐다는 고등학교 아이들 몇 놈이 만들었어요. 나이? 호적상으론 예순둘인데, 실제 나이는 예순넷이에요. 예전 못 살 땐 출생신고가 많이들 늦었죠.


 



"방송에 나온 할머니와 손녀딸을 보는데, 옛날 생각이 많이 났어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네. 이천구 년 사월, 봄이었어요. 지금은 끝나서 아쉬워요. ‘사랑의 리퀘스트’를 내가 참 즐겨 봤어요. 그날 방송은,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초등학교 육 학년 여자아이 이야기였어요. 나도 아들 하나 딸 하나가 있는데 젊을 때 먹고살기가 너무 힘들어서 어린 것들을 하나는 어머님 댁에 또 하나는 큰 형님 댁에 각각 보냈던 적이 있거든,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그때 생각이 나면서 목이 콱 메는 걸 꾹 참고 전화를 해서 후원 신청을 했어요. 아이들에게 미안했던 것 텔레비전 속 그 손녀딸에게 대신 갚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라도 후원을 시작하고 나니 내 마음이 한결 낫더라고요.
 
 
"나 같은 사람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어."



사실 내가 좀 성치가 않아요. 눈이 좀 불편하거든요. 시각장애 1급이에요. 그래도 젊을 땐 좀 나았는데 마흔이 넘으면서는 통 보이지가 않아요. 유전적으로 망막이 좋지 못해요. 큰 형님도 이래. 다행히 우리 동생은 건강해요. 경찰로 일하는 듬직한 막내 동생이 내 자랑이지요. 뜬금없이 동생 자랑을 했네. 아, 그래요 좋은 점. 이렇게 성치 않은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참 좋아요. 기뻐. 나처럼 불편한 사람이라고 늘 도움만 받아서는 못쓰거든. 할 수 있는 한, 어떻게라도 남들 도우려고 노력해요. 아이들 돕고, 어르신들 돕고, 불편하신 분들도 돕고 말예요. 하나씩 둘씩 늘리다 보니 어느덧 일곱 군데 단체에서 활동을 하고 있네요.


어린이재단에서 문자라도 오면 내 꼭 전화를 하지. 내가 잘 안 보이잖아. 내 도움 필요한 건데 내가 못 보고 지나가면 안 되니까. 늘 그렇게 전화하는 내가 귀찮을 법도 한데, 늘 고맙다고 해주는 직원들 덕에 사실은 내가 참 많이 고맙고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니었으면 내가 공중파 방송에 어떻게 출연했겠어."
 
내가 이래 봬도 공중파 방송에도 출연했어요. ‘사랑의 리퀘스트’를 통해 후원자가 된 그 해 겨울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전화가 왔어요. 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다고 말이야. 일하다 보니 늘 작업복 차림인데, 그땐 말끔하게 차려입고 방송국 나들이 제대로 했지. 처음 본 김경란 아나운서가, 얼굴은 잘 안 뵈지만, 말을 어찌나 예쁘게 하던지, 아주 고마웠지요. 내 핸드폰 바탕화면 좀 봐요. 그때 김경란 아나운서랑 함께 찍은 사진이야. 예쁘게 잘 나왔지요?


이 내가 공중파 방송에 출연도 하고, 유명한 아나운서랑 사진도 찍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니었으면 살면서 겪어보기 힘든 일이었지 싶어요. 하는 것도 없는데 지난가을엔 ‘천사데이’에 초대돼서 상도 받았고요. 한 거 없이 이래도 되나 싶으면서도 사실은 참 많이 고마워요.
 
 
"그저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어린이들 위하는 거죠, 뭐"
 


대한민국에서 후원자로 산다는 것, 그저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어린이들을 위하는 거지요. 흔히들 말하듯이, 정말로 어린이들이 우리의 미래고 전부고 그렇잖아요.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커서 사회 각 분야에서 훌륭하게 제 몫 해내는 어른으로 자랐으면 싶어요. 나는 붕어빵 열심히 팔아서 도움 필요한 아이들 계속 도울게요. 그게 내가 아이들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아 참, 배고픈 아이들에겐 따끈한 붕어빵도 주고요! 붕어빵은 내 얼마든 줄 수 있으니까.
 
 
:: 취재후기 ::
 
가장 많은 득을 보는 사람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베푸는 사람이라고 누군가에게 들었습니다.
내 몸이 불편해도, 내 수입이 많지 않아도, 내 몸이 조금 고단해도 개의치 않고 늘 나보다 남을 위해 베푸시는 후원자님. 참 고맙습니다.
따끈한 붕어빵과 더 따끈한 마음을 잊지 않고 올겨울 매서운 추위 거뜬히 이겨낼게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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