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업 [직원 Dream] 잠비아 촬영 후기 '세 손가락 젠템보'

2017.11.27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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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해외사업2본부 콘텐츠개발팀 김일권




잠비아는 세계 3대 폭포인 빅토리아 폭포와 아름다운 잠베지강이 흐르는 아프리카 남부 내륙에 위치해 있는 나라입니다. 아프리카 하면 떠오르는 불안한 치안이나 정치적 혼란과는 달리, 잠비아는 2017 세계평화지수* 에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 중 4위를 차지할 만큼 평화롭고 안전한 나라입니다.

※ 전 세계 163개국 중 우리나라 보다 앞선 41위/ 1위는 아이슬란드, 대한민국은 47위입니다.

(사진출처 : https://travelforlife.co.za/destination/vicfalls)


* 세계평화지수(Global Peace Index)

호주 시드니에 본부를 둔 국제 비영리 싱크탱크 경제평화연구소(IEP)가 발표하는 지수로, 전 세계 160여개국의 치안수준, 사회·정치적 갈등 및 분쟁 관여도, 군사화 수준, 무기수입 등 23개 항목을 비교해 순위를 선정합니다.



잠비아는 11월부터 4월까지가 우기이자 여름이며 5~6월 건기가 끝나고 나면 10월말까지 겨울이 찾아옵니다. 아프리카에서 겨울이라고 하니 무언가 어울리지 않지만, 실제로 촬영팀과 함께 잠비아에 방문했던 8월은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10도 까지 떨어지는 아프리카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추위였습니다.


잠비아의 기후 (출처: https://www.intrepidtravel.com/nz/zambia)


젠 템보을 만나기로 한 날도 추운 날씨 탓에 외투를 챙겨 입고 수도 루사카에서 차로 약 한 시간을 달려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함께 있는 학교에는 예쁜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오밀조밀 모여 선생님이 칠판에 적어준 내용을 따라 적기도 하고 어떤 교실에서는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만나러 학교에  올 때면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아이들에게 학교라는 공간은 참 소중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몇 개의 교실을 지나 도착한 젠템보의 교실, 아이들은 열심히 선생님이 칠판에 적어준 내용을 따라 적고 있습니다. 몇몇 아이들은 몽당연필이 너무 작아 글씨를 쓸 때 손에 쥔 연필이 보이지 않는데도 무언 갈 열심히 따라 적습니다. 그런대 젠은 유독 긴 연필을 사용 하고 있습니다. 학교에 가서 기죽지 말라고 부모님이 긴 연필을 사주셨나 하고 자세히 보니, 오른손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손가락으로는 연필을 지탱하지 못해 볼과 턱으로 연필을 지탱하느라 긴 연필을 사용하는 것 이었습니다.


손 안에 숨어버린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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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필기를 하면 제가 제일 마지막이에요.

도 다른 친구들처럼 빨리 필기를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요.

그래도 글씨는 누구보다 예쁘게 잘 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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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기를 하고 있는 젠템보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 모두가 기다리는 쉬는시간 입니다. 아이들은 너나 할 거 없이 공을 들고 운동장으로 뛰어 나갑니다. 남자아이들은 운동장을 오가며 축구를 하고 여자아이들은 공을 던지고 피해가며 피구를 합니다. 웃음이 끊이지 않는 아이들 사이로  나무그늘에 앉아 아이들을 바라보는 젠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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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놀이들은 할 수 있는 데, 손을 많이 사용하는 피구는 조금 어려워요.

혹시라도 제가실수해서 우리 팀이 질 수도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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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면, 젠은 손에 물통을 매달고 물을 기르러 갑니다. 손이 많이 불편 할 텐데 젠은 능숙하게 물통을 펌프 밑에 놓고 손목과 손바닥을 이용해 펌프질을 합니다. 젠은 동생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장 좋아합니다. 마당에 매트를 깔고 동생과 노는 젠. 불편한 손 때문에 친구들과 공놀이를 함께 하지 못해 풀이 죽어 있던 모습은 온데 간데없고, 동생과 함께 있을 때 젠에게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한창 이곳저곳을 기어다는 동생은 젠이 잠깐 한눈을 팔면 어느새 매트 밖으로 나가 흙바닥을 기어 다닙니다. 젠은 얼른 동생을 안아 다시 메트 안으로 데려오고 엄마라도 되는 것처럼 No, No 하고 동생에게 주의를 줍니다. 


동생과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젠템보


동생과 함께 있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몇 장 찍어줬더니, 호기심 많은 젠은 어느새 옆으로 다가와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으며 핸드폰을 뚫어져라 바랍니다. 간단한 사용방법을 알려주니, 턱과 한쪽 팔로 핸드폰을 지지하고 다른 손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습니다. 동생 한 장, 직원 한 장, 집 한 장, 강아지 한 장 이곳저곳을 누비며 사진을 찍는 젠의 모습이 꽤나 진지합니다. 사진을 다 찍고 돌아온 젠과 함께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봅니다. 조금 흔들리기도 하고, 얼굴이 잘리기도 한 사진들 그런대 보면 볼수록  젠의 시선에서 젠의 방법으로 찍은 사진들이 어쩐지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젠 템보가 찍은 사진들


장애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장애는 불편하지만 불행하지는 않다는 말이 공감되네요. 젠은 오늘도 세 개의 손가락으로 조금은 불편하지만 천천히 자신만의 방법, 방향, 속도로 특별한 삶을 살아갑니다. 
 

그림을 그리는 젠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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