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대한민국에서 후원자로 산다는 것 - 박승철 후원자

2016.11.081,593

텍스트 축소 버튼텍스트 확대 버튼



대한민국에서 후원자로 살아가는

가장 보통의 그러나 가장 특별한 그들의 이야기






꼭 국가대표가 돼야 할 이유가 있거든요


정말로 오실 줄 몰랐는데, 멀리까지 와주셔서 감사해요.



‘보치아’ 경기 처음 보셨죠? 방금 보신 건 연습게임이에요. 흰색 표적구에 빨간색과 파란색 공을 가깝고 정확하게 공을 던져 점수를 내는 게임이에요. 뇌성마비나 운동성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참여하는, 패럴림픽* 종목 중 하나예요.



10월에 전국체전이 있는데, 제가 도대표로 선발됐어요. 그래서 화,목,토요일 주 3회 오후는 이렇게 연습에 매진하고 있어요. 저는 정교함이 필요한 단거리에 좀 강한 편이고, 상대적으로 힘이 필요한 장거리에는 좀 약해요. 보시는 것처럼 팔이 꽤 불편해서요. 팔 힘을 기르려고 보치아 연습이 없는 날에는 럭비도 하고 있어요.



누나랑 남동생도 저처럼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데, 둘 다 장애인 럭비 선수거든요. 남동생은 지금 국가대표고 누나도 최근까지 국가대표로 활동했어요. 이제 저만 남았죠. 보치아 선수들은 장애 정도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 데, 전국 랭킹 3위까지 국가대표가 될 수 있어요. 저는 지금 랭킹 6위 정도예요. 더 열심히 훈련해서 꼭 국가대표가 될 거예요. 혼자 아픈 삼 남매 키우느라 고생하신 엄마께 효도하고 싶거든요.


* 페럴림픽 :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가 주최하여 4년 주기로 개최되는 신체장애인들의 국제경기대회로,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올림픽 개최국에서 열립니다.

** 근위축증 : 사지의 근육이 거의 좌우대칭적으로 점점 위축되어 가는 질환. 이 병은 척수신경이나 간뇌의 운동세포가 서서히 파괴되어 이 세포의 지배를 받는 근육이 위축되어 힘을 쓰지 못하게 되는 병입니다.




몰랐으면 모를까, 알게 되었으니 당연한 거죠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니까, 2년 전이네요. 크리스마스 즈음이었어요. 가족끼리 오랜만에 외식을 하고 나오는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캠페인 부스가 있더라고요. 막연히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설명을 듣고 보니 그런 마음이 더 들더라고요. 몰랐으면 모를까,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당연히 도와야겠다 싶었어요.


학생이라 금액은 적었지만, 용돈을 아껴서 매달 후원을 했어요. 누군가를 돕는다는 게 묘하게 기분 좋더라고요. 뭔가 보람 있는 일을 하는 것 같고 말이에요.



제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힘이 될까 싶어서 보냈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이메일이나 문자 보내주시잖아요. 아이들을 위해 어떤 일들을 하는지, 후원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그런 것들 알 수 있어서 좋아요. 휠체어를 타다 보니 장거리 이동이 힘들어 알려주시는 후원자 행사 같은 것은 참여가 어려워 아쉬웠죠.


‘성년의 날’에 보내주신 문자를 보고, ‘이거다!’ 싶었죠. 백혈병을 앓는 누나에게 골수이식을 해주기 위해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세 살 민수 이야기였죠. 제 이야기가 민수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될까 싶어서 답장을 보냈어요. 그 덕에 이렇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직원분들도 만나 뵙게 되었네요. 잘 한 일 같아요.


제 메시지가 직접 민수에게 전해졌다니 정말 감사해요.


어린이재단에서 보낸 성년의 날 문자

세 살 민수의 소원은 빨리 어른이 되는 거예요. 백혈병으로 아픈 누나에게 골수를 이식해주려면 어른이 돼야 한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거든요! 민수의 소원을 먼저 이룬, 오늘 어른이 된 당신에게 첫 번째 미션을 드릴게요!

민수를 위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거예요. 우리는 벌써 어른이니까 이 정도는 참 쉽죠?

▷ 민수 이야기 자세히 보기 http://goo.gl/2DuY4a 

▷ 민수에게 응원 메시지 보내기 1666-1943 문자보내기(1,000자 이내)

성년의 날, 축하해요!


승철씨의 답장

민수야, 형도 척수성 근육위축증 이란 희귀병을 앓고 있고 힘들지만 보치아란 운동을 하면서 국가대표의 꿈을 꾸고 있고 지금은 나사렛대학교 특수체육학과에 4년 장학생으로 다니고 있어! 올해 성년이 됐는데 그만큼 나 자신에게 책임을 지고 잘 살아가고 있어! 너도 형처럼은 아니지만 그래도! 힘내서 훌륭한 사람이 되자!! 파이팅 하자 민수야! 항상 응원하고 널 위해서 기도할게!!! 민수 파이팅!



조금은 쑥스럽기도 하지만 응원해 주셔서 감사해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아이들을 도우면서 자연스럽게 엄마와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됐어요. 민수에게 응원 문자를 보내고 오늘 이렇게 저를 응원하러 와주신 것까지 엄마도 다 알고 계세요. 엄마도 저도,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더 많아져서 감사하고 기뻐요. 책임감도 느끼고요. 국가대표가 되고, 후엔 코치나 감독으로 활동하겠다는 운동과 관련된 계획만 있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인터뷰를 계기로 한 가지 목표가 더 늘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한 아이들을 위한 나눔을 계속 늘려가야겠다는 거예요. 생각해보면 저도 정부나 민간의 도움을 참 많이 받았거든요. 오늘 여기 장애인종합체육관에 오는 것만 해도 활동보조인 선생님이 안 계셨으면 힘들었을 거예요.



자랑 같지만 장학생이라 학비가 들지 않고, 요즘은 코치 아르바이트로 수입도 조금 있어요. 지금 하고 있는 해외 아동을 위한 지원에 더해 국내 아동을 위한 지원도 이번 달부터 시작할게요. 
 


‘우연’이 만든 ‘운명’같아요.


‘김성규’선수라고, 제 보치아 인생의 멘토가 있어요. 가족끼리 공원에서 운동 중인 저에게 ‘보치아’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권하셨던 분이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도 그래요.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실천하게 해 주었잖아요.
그래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후원자로 산다는 것은 제게 ‘우연’이 만든 ‘운명’ 같아요. ‘보치아’처럼요. 




:: 취재후기 ::
민수에게 보내준 문자, 여러 번의 통화 그리고 인터뷰 당일 나눈 대화에서 보는 이의 기분까지 좋게 만드는 승철씨의 웃음과 그 뒤에 숨은 당찬 포부를 느꼈어요. 삼 남매를 모두 국가대표 만들기 직전인 어머니께 존경을 표한다는 인사 꼭 전해주세요. 전국체전에 꼭! 응원 갈게요. 파이팅! 



후원하기 후원하기 챗봇 닫기
최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