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글 | 르완다 국가사무소 유지숙 팀장

부모 교육을 시작하기에 앞서 여러 가지 걱정들이 떠올랐습니다. 부모들이 교육에 열심히 참석한다고 해서 따로 선물을 주는 것도 없고, 학위를 주는 것도 아닌데 과연 매 주 두 번씩 부모들이 교육에 참석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모일 실내 장소도 마땅하지 않아서 밖에서 진행할 텐데 비가 오면 어떻게 하지? 부모들의 배우고자 하는 순수한 열정으로만 교육이 계속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예상과 다르게 수업이 진행될수록 부모 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참석하고, 집에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으면 데리고 와서 함께 수업을 들었습니다. 덕분에 교육장에는 3세부터 6세까지의 많은 아이들이 함께 했습니다. 또 수업을 듣는 중에 엄마들은 자연스럽게 자녀들에게 모유 수유를 하고, 부모 교육 강사조차도 등에 아이를 업고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앉을 공간과 장난감을 준비하게 되었고, 자녀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교육에 참석하지 못했던 부모들의 참석률도 높아졌습니다.
   

야외 교육장 옆에서 준비된 교구를 가지고 노는 아이들
 

부모 교육에 참석하는 부모들을 따라 온 아이들

부모들은 80%에 가까운 출석률을 보였습니다. 매 시간 몰랐던 것을 하나씩 배워가는 것이 큰 기쁨이라며 배운 것을 어떻게 아이들에게 적용하였는지, 가정을 운영하는 데 얼마나 큰 도움을 받았는지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부모들뿐만 아니라 부모 교육을 진행한 강사들도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이 모르던 분야를 공부해서 가르치는 것이 큰 도전이었는데, 6개월 지나고 보니 부모들과 자신들이 모두 성장한 것 같다며 뿌듯해했습니다.

부모 교육이 어떻게 부모들과 강사들의 삶을 변화시켰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부모 인터뷰
 

데니세 우윔바바지(Denyse Uwimbabaz)

"부모 교육을 받기 전에는 아이들을 위해서 어떻게 균형 잡힌 식단을 만드는지 알지 못했어요.

그러나 교육을 통해서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다양한 영양소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어요.  

또 성 역할에 대해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배웠어요.

남편과 저는 똑같이 밭에 나가서 일을 하지만, 집에 들어오면 저는 다시 집안일을 하고 남편은 쉬었거든요.

부모 교육을 통해서 성 평등에 대한 개념을 알게 되었고,

남편에게 집안일에 대한 책임을 함께 나눠야 한다고 이야기했어요.

지금도 동일하게 일을 분담해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편이 집안일을 많이 돕고 있어요.
또 남편과 제가 다툴 때마다 아이들은 저의 눈치를 보고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어했는데,

이것이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이제는 아이들 앞에서 언성을 높이기 보다는 남편과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챤탈 무칸와리(Chantal Mukantwali)

"저는 아이들이 밖에서 노는 것을 싫어했어요.

아이들이 놀고 있으면 그만 놀라고 회초리로 아이들을 때리기도 했어요.

가끔 아이들이 옷을 이용해서 인형을 만들어서 놀았는데,

아이들에게 그 옷이 얼마짜리인 줄 아냐고 소리를 지르고 혼냈어요. 
 부모교육을 통해서 노는 것이 아이들의 권리이고 또 놀면서 아이들은 사회성을 기를 뿐만 아니라

사고력과 신체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지금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또 옷을 이용해서 아기 인형을 함께 만들기도 한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저는 여성과 남성의 역할은 수입에 따라 정해진다고 생각했어요.

남편이 돈을 벌어오면 당연히 집안일은 여성이 해야 하고 남편이 모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성 평등에 대해서 배우면서 남자와 여자는 평등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저도 제 두 딸과 두 아들에게 성으로 차별하지 않고 동일한 일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가르치고 있어요." 

자클린 무칸도로(Jaqueline Mukandoro)

저는 지금 남편과 재혼을 하여서 두 아이는 제가 낳은 아이들이 아니에요.

남편이 저에게 못되게 굴 때마다 남편의 아이들을 차별하고 나쁘게 대했어요.

그러나 부모교육에서 아이들의 권리를 배우고 나서 아이들은 사랑하고 보호해줘야 하는 존재임을 알게 되었어요.

이제는 아이들을 차별하지 않고 제 아이와 똑같이 잘 대해주고 있어요."
 

자클린 무칸도로가 아이들과 놀아주는 모습

크리스틴 무과네자(Christine Mugwaneza)

"부모 교육의 영양 수업에서 시금치에 철분이 많다는 것을 배웠어요.

이 철분이 피를 생성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니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수업을 듣고 나서 밭에 시금치를 많이 심었어요.

예전에는 밭에 채소들이 있어도 이를 활용해서 요리를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매 끼마다 채소를 빠뜨리지 않고 요리해서 먹고 있어요."

강사 인터뷰

엘리스 니라카마나(Alice Nyirakamana)

"마을의 아이들이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한 것을 볼 때마다

부모 교육을 통해서 부모들의 행동이 바뀌고, 아이들의 삶이 바뀌기를 바라왔어요.

아이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 부모 교육 강사가 되었고,

변해가는 부모들의 모습을 볼 때 마다 더 열심히 가르쳐야겠다고 결심하게 돼요.
마을 주민들이 아동 권리나 성 평등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는데,

이에 대해서 강의할 수 있어서 정말 뿌듯했어요."

아동들에게 아동 권리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모습

강사 양성 교육을 받고 난 뒤 부모들을 대상으로 키다샤 셀에서 7개의 과목을 가르쳤지만

저는 그 중에서도 성 평등 과목을 가르친 일이 가장 보람되었어요.

대부분의 가정에서 성 평등에 대한 개념이 없었는데, 부모교육 이후로 엄마들의 인식이 변화되었어요.

남편과 아내는 동등한 관계이므로 집안일을 함께 분담해야 하고, 자녀 교육 측면에서도 아빠의 역할이 정말 중요해요. 아빠와 자녀가 어떤 관계를 맺는지에 따라 자녀의 사회성이 달라지게 되거든요.
제가 진행한 부모 교육에 참여했던 부모 중에서 한 아빠는 자녀들을 심하게 체벌했어요.

아동 학대라고 할 수 있었죠. 자녀들을 폭력에 가깝게 때리고 심지어 제대로 음식을 주지도 않았어요.

알고 보니 그 아빠도 어렸을 때 동일한 방식으로 양육되었기 때문에 이것이 문제인 줄을 몰랐던 거에요.

그렇게 아이들에게 체벌을 하면 아이들이 바르게 자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아이들은 부모 말을 더 듣지 않게 되었고 그래서 체벌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었어요.

그러나 아동보호 과목을 수강한 이후로 이 아빠의 행동은 완전히 변하였고 아이들을 때리지 않게 되었어요.
이런 사례를 들을 때 정말 부모 교육에 오는 부모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고

더 열심히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