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정직한 사람들의 나라 <부르키나파소>

아직은 우리에게 생소한 부르키나파소(Burkina Faso)는 서부아프리카 내륙에 위치해 있는 나라입니다. '부르키나파소'는 '부르키나'와 '파소'가 합쳐진 말로, 오트볼타(부르키나파소의 예전 국호)의 5대 대통령 토마스 상카라(Thomas Sankara)가 당시 오트볼타에서 사용하는 2개의 주요언어인 무어(Moore)와 디우알라(Diouala)에서 가져온 말 입니다.

부르키나(Burkina)는 무어 언어로 정직한 사람(men of integrity) 이라는 뜻이고, 파소(Faso)는 디우알라 언어로 조국(fatherland)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둘이 합쳐져 '정직한 사람들의 나라' 라는 뜻의 부르키나파소가 되었습니다.

부르키나파소의 인간개발지수* 가 188개국 중 4번째로 낮은 185위입니다. 열악한 의료 환경과 출산, 육아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1,000명당 60.9명의 신생아가 사망하며, 5세 이전에 88.6명의 아동이 사망합니다.

(출처:UNDP Human Development Reports/2015)

5세 미만 아동의 사망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부르키나파소에서는 아동이 5세가 되기 전까지는 적절한 돌봄을 하지 않고 아이가 6세가 되고 나면, 이를 아이가 앞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의미로 판단하여 그때부터 아동을 돌보는 육아 형태가 널리 퍼져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부르키나파소 5세 미만 아동 32.9%가 영양실조로 고통 받고 있으며 영유아 교육에 대한 접근율 또한 매우 낮습니다. 

부르키나파소에서도 동쪽 지역은 북쪽 그리고 사헬지역과 함께 기본적인 교육, 식수&위생, 그리고 의료 서비스 등에 대한 접근성이 더욱 낮은 지역입니다. 부르키나파소 정부에서도 동쪽지역을 'under stress' 로 표현하며 광범위하고 신속한 지원이 필요한 지역으로  명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쪽의 잔자(Gnagna)지역은 안전한 식수에 대한 접근율이 51%로 국가평균 82% 비교하여 매우 낮으며, 5세 미만 아동의 영양실조 비율도 매우 높습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CCFC Burkina Faso와 함께 영유아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 2012년부터 부르키나파소에서 LTP(Learning Through Play)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2017년에는 바로 이곳, 잔자(Gnagna)지역 3개의 마을에서 LTP 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놀이를 통해 배우는 육아교실 - Learning Through Play

LTP 프로젝트는 영유아의 건강한 발달을 위한 부모 교육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아동의 발달단계에 따라 자녀의 자존감, 신체발달, 또래관계에 대한 교육을 시각자료로 알려주고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부모들이 아동과 함께 시연활동을 해보면서 자녀를 이해하는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평소에 주변에서 얻기 쉬운 PET병, 병뚜껑, 대야, 물 등으로 아이의 오감을 자극하며

아이와 교감 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직접 아이와 시연하는 참가자

LTP 부모교육 진행은 부모교육 강사 훈련을 이수한 지역의 활동가를 통해 진행되며, 매주 2회 진행됩니다. LTP 교육이 진행되는 공간은 식수, 화장실, 주방, 놀이방 등이 갖추어져 있어 교육 뿐만아니라 아동들과 놀이를 하거나, 교육 후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참여자들 간 교류도 활성하게 일어납니다.

LTP센터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 아동들

이렇게 다양한 수업 및 시연을 통해 아동의 건강한 발달을 돕는 LTP 프로젝트이지만 영유아의 양육에 대한 인식이 낮은 주민들의 참여를 이끄는 것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CCFC Burkina Faso 에서는 지방정부의 관련부서들과 함께 지역주민들을 위한 인식개선 활동을 진행하며 산전산후 관리의 중요성과 출산 후 자녀 양육의 중요성에 대해 주민들의 인식을 높이고, LTP 활동의 참여를 독려합니다.

LTP 사업 초기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여성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육아에 대해 인식이 낮은 남성들은 활동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으며, 오히려 매주 2회씩 LTP 활동에 참여한다고 센터로 가는 아내를 가지 못하게 하는 가정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LTP활동에 참여하면서, 아이와의 의사소통 그리고 부부와의 의사소통이 활발해 지면서 가정의 분위기가 더욱 좋아졌습니다. 또한 '아버지 그룹'을 통해 남성들 역시 자녀의 발달단계와 연령대에 맞는 양육 방법에 대해 배우고, 아이들과의 교감을 위한 놀이 도구를 직접 만들기도 합니다.

매 보다는 대화, 가정에 생긴 변화들

LTP에 참여하는 지역주민들이 데리고 온 아이들을 보니, 대부분 깨끗한 옷을 입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특히 시골지역에 사는 많은 아이들이 옷을 입지 않고 있거나 옷을 입었어도 찢어지거나 깨끗하지 않은 옷을 입는 것과는 매우 상반된 모습입니다.

한 참가자에게 이와 관련되어 묻자, "예전에는 아이의 옷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았어요. 찢어지든, 더러워지든 그냥 있는 옷을 입히거나 때론 입히지 않는 경우도 많았죠. 그런대 LTP 활동을 통해 아동에게 깨끗한 옷을 입히면 질병 예방과 함께 모기를 비롯한 다양한 벌레로부터 아이의 몸을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어요. 그래서 요즘은 아이에게 항상 깨끗한 옷을 입혀줘요."

아이에게 옷을 입히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 할 수 있지만 육아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부르키나파소에서는 이런 작은 사실들 하나하나가 지역주민들에게는 참 새로운 정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작은 정보들이 모여서 가정에는 좋은 변화들이 하나씩 생기고 있습니다.       

LTP 활동에 참여한 이후, 가정에 일어난 변화들을 자신에 찬 목소리로 이야기 하는 지역주민들.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들이 조금씩 주변에도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꽤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도 LTP에 참여하기 위해 이곳까지 오는 이웃주민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나라도 놓칠세라, 집중해서 수업을 듣고 있는 지역주민들

아이와 함께 참여한 참가자

내일은 맑음, 부르키나파소
 
인간개발지수 최하위, 높은 영유아 사망률과 영양실조 등 부르키나파소를 나타내는 여러지표 들은 여전히 어둡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 지표 너머 부르키나파소 사람들의 삶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정직한 사람들의 나라 부르키나파소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 많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