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업 논다는 것, 너무나 중요한 것, 르완다 아이들의 놀이를 소개합니다.

2017.03.178,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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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유지숙(르완다 국가사무소)

통역/인터뷰 | Etienne Tuyishime(르완다 국가사무소 Programme Assistant)



'놀다'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보통 우리는 '일하다' 의 반대 의미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헛되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놀다'는 단어의 부정적인 사용과 이미지로 인해 사람들은 놀 때 죄책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과연 '노는 시간'이 정말 필요 없는 시간일까요? 노는 시간은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줄여 일의 능률을 올리며 체력을 회복하게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놀이'는 어떤 의미일까요? 아동들은 많은 시간을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놀거나, 혼자만의 '놀이'로 많은 것을 배워갑니다. 놀이는 아이들이 세상을 능동적으로 배우는 방식이며 신체적, 사회적, 인지발달을 이루어 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놀이의 중요성에 따라 UN 아동권리협약 31조에는 아이들의 놀 권리에 대해 '아동은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자신의 나이에 맞는 놀이와 오락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할 권리가 있다.' 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르완다 국가사무소는 사업지역 중 하나인 '자바나 섹터'의 아이들에게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 몇 가지를 소개받았습니다. 르완다 아이들이 어떤 놀이를 좋아하는지 함께 볼까요?


1. 축구(umupira w’amaguru)

축구는 키냐 르완다어로 '우무피라 와마구루' (umupira w’amaguru) 입니다. 우리나라 아이들만큼 르완다 아이들도 축구를 하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학교 수업이 끝나는 시간, 학교 앞 공터에는 축구공을 차고 있는 남자 아이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아이들이 차고 있는 축구공입니다. 축구공이 비싸기도 하고, 축구공을 파는 가게도 흔하지 않아 아이들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축구공을 직접 만듭니다. (아이들의 축구공은 말린 바나나 잎, 쌀자루, 비닐, 끈 등을 돌돌 말아 다양한 크기로 만든답니다.)


축구를 소개해준 투이제레 파시피크(Tuyizere Pacifique, 6세)와 우위제이마나 올리비에(Uwizeyimana Olivier, 5세)는 축구를 하면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고, 넓은 운동장을 뛸 수 있어서 축구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축구공이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공을 향해 다같이 뛰어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얼마나 많이 아이들이 축구를 좋아하는 지 알 수 있었습니다.


(왼쪽부터) 축구를 소개해준 투이제레 파시피크(Tuyizere Pacifique, 6세)와
우위제이마나 올리비에(Uwizeyimana Olivier, 5세)

 

비닐로 만든 축구공


축구를 하는 아이들


 축구가 끝나고 공터에 앉아 있는 아이들


2. 줄넘기(Gusimbuka Umugozi)

 줄넘기를 어떻게 하는지 보여달라는 말에 신나게 깡총깡총 뛰는 아이들. 키냐 르완다어로 줄넘기는 줄을 넘는다는 뜻의 ‘구심부카 우무고지(Gusimbuka Umugozi) 입니다.


이란지 벨리세(Iranzi Belyse, 10세)와 우와세 비비엔(Uwase Bivine, 8살)은 줄넘기를 하면 줄을 넘는 것이 재밌기도 하고, 다리가 튼튼해지기 때문에 자주 줄넘기를 한다고 합니다. 마을 문구점에서는 줄넘기를 팔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은 머리카락 땋듯이 마른 바나나 잎을 엮어서 줄넘기를 직접 만듭니다.

줄넘기는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긴 줄을 이용하여 단체 줄넘기를 하기도 합니다. 두 명이 양 끝에 서서 줄을 돌리기 시작하면 한 명씩 줄 안으로 들어가고 땅 짚기, 만세 부르기 등 여러 가지 미션을 수행합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모습에 신기하기도 하고, 진지하게 미션에 임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났습니다.



(왼쪽부터) 줄넘기 하는 이란지 벨리세 (Iranzi Belyse, 10세)와 우와세 비비엔(Uwase Bivine, 8살)


 말린 바나나 잎으로 만든 줄넘기
 

줄넘기를 소개해주는 우와세 비비앤(Uwase Bivine, 8살)


 (왼쪽부터) 단체 줄넘기를 하는 무투이마나 조시안느(Mutuyimana Josiane, 13세),
캄피어 프랑세(Kampire Francine, 11세), 카이테시 잭켈리루(Kayitesi Jacqueliru, 13세)


3. 바퀴 굴리기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의 모습 중 하나는 아이들이 타이어나 동그란 틀을 굴리며 노는 모습입니다. 지금은 보기 어렵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아이들이 굴렁쇠를 굴리며 놀았었는데요. 그 모습과 굉장히 비슷합니다.


아이들이 굴리는 물건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전거 바퀴나 동그란 모양의 바퀴 틀입니다. 아이들은 본인이 직접 만든 장난감(바퀴와 나뭇가지)을 자랑하느라 신이 났습니다.


 (왼쪽부터) 타이어를 소개해주는 음파노 케빈(Mpano Kevin, 5세),
투이시미레 파시피크(Tuyishimire Pacifique, 11세), 이심웨 클라우드(Ishimwe Claude, 10세),
무네제로 사빈(Munezero Sabin, 10세)


(왼쪽부터)타이어 굴리기를 보여주는 투이시미레 파시피크(Tuyishimire Pacifique, 11세),
음파노 케빈(Mpano Kevin, 5세), 이심웨 클라우드(Ishimwe Claude, 10세),
무네제로 사빈(Munezero Sabin, 10세)


 타이어와 포즈를 취하는 음파노 케빈(Mpano Kevin, 5세)


 타이어 굴리기를 보여주는 이심웨 클라우드(Ishimwe Claude, 10세)


4. 구슬치기(Biye)

우리에게 낯이 익은 유리구슬이 르완다에도 있습니다. 유리구슬 치기를 키냐 르완다어로는 비예(Biye)라고 합니다. 유리구슬은 가게에서 개당 10 르완다 프랑(한화 14원)으로 살 수 있고, 유리구슬 대신 플라스틱 병뚜껑을 이용해서 놀기도 합니다.


구슬치기 놀이 규칙은, 먼저 땅에 작은 구멍을 움푹하게 팝니다. 구멍과 조금 거리를 둔 곳에 선을 긋고, 구멍에서 구슬을 쳐서 선까지 더 가깝게 보낸 사람이 먼저 구슬치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순서를 정한 후 본격적으로 구슬치기 놀이가 시작됩니다. 시작점에서 구슬을 쳐서 구멍에 먼저 넣은 사람이 12점을 얻게 되고 상대방은 10점을 얻게 됩니다. 그 후 구멍에서부터 다시 구슬을 치고, 더 멀리 구슬을 친 사람이 상대방 구슬과의 거리를 발로 측정합니다. 한 발자국당 1점씩 얻게 되고, 이런 방법으로 먼저 50점을 얻은 사람이 승자가 됩니다.


구슬치기를 소개해준 이라키자 엘리(Irakiza Elie, 6세)는 구슬치기를 하면서 점수를 계산하고, 발로 거리를 재면서 숫자 세는 법을 배웠다고 합니다. 실제로 구슬치기를 통해 아이들은 숫자 세는 법, 거리를 측정하는 법, 목표를 설정하고 집중하는 법을 배운다고 합니다.

 (왼쪽부터) 구슬치기를 소개하는 이라키자 엘리(Irakiza Elie, 6세)와 이룸사 무기샤(Irumsa Mugisha, 8세)


 구슬을 오목한 구멍에 넣으려고 치는 이라키자 엘리(Irakiza Elie, 6세)
 

본인의 구슬과 상대방의 구슬과의 거리를 발로 재는 이룸사 무기샤(Irumsa Mugisha, 8세)
 

구슬을 치고 있는 이라키자 엘리(Irakiza Elie, 6세)


5. 이키바리코(Ikibariko)

한국의 전통놀이 중 하나인 '사방치기'와 비슷한 이키바리코(Ikibariko). 이키바리코는 대부분 여자 아이들이 많이 하는 놀이입니다. 한국의 사방치기와 모양은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에서는 한 명씩 순서대로 미션을 수행하고, 땅을 차지하는 방식이라면 르완다에서는 두 명이 동시에 놀이를 진행하며 한국보다 조금 더 여러 단계로 구분이 되어 있어서 복잡합니다.


첫 번째 단계는 두 사람 모두 출발선에서 끝까지 각자 돌을 한 발을 든 채로 발로 쳐서 다시 돌아와야 합니다. 이 때 돌이 선 위에 놓이거나 밖으로 나가게 되면 지게 됩니다.


첫 번째 단계를 무사히 넘기면 두 번째 단계에서는 한 명씩 눈을 감고 두 발로 출발선에서부터 끝까지 선을 밟지 않고 다녀와야 합니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상대방이 돌을 숨기면 눈을 감은 채 찾아야 합니다. 돌을 찾게 되면 출발선에서 눈을 감고 돌을 던질 기회를 갖게 되고, 돌이 떨어진 자리의 사각형을 자신의 땅으로 갖습니다. 이렇게 세 단계를 반복하며 더 많은 땅을 가진 사람이 이기게 됩니다.


우와세 라이싸 조예우세(Uwase Raissa Joyeuse, 10세)는 돌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할 수 있기 때문에 친구들과 자주 이키바리코를 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학교 안 운동장에서는 여러 개의 이키바리코 그림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키바리코를 하는 우와세 라이싸 조예우세(Uwase Raissa Joyeuse, 10세),
우와마호로 베스틴(Uwamahoro Vestine, 14세)


 눈을 감은 채 숨겨진 돌을 찾는 우와세 라이싸 조예우세(Uwase Raissa Joyeuse, 10세)



르완다 아이들의 다섯 가지 놀이를 함께 살펴보았는데, 어떠셨나요? 한국과 비슷한 놀이들이 많아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씩 다른 규칙들이 흥미로웠습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르완다 국가사무소는 영유아 교육 사업 중 부모(양육자)를 대상으로 적절한 양육 지식, 기술,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부모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부모교육에서는 놀이를 통해 아동의 언어, 인지, 정서, 신체를 적절하게 자극하고 발달시킬 수 있는지 안내하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부모들와 아이들이 함께 놀이 도구를 직접 만들기도 합니다.


'놀이'를 통해 세상을 배우는 아이들이 더 즐겁고 안전하게, 마음껏 놀 수 있도록 더 많은 어른들이 아이들의 놀이에 관심 갖기를 바랍니다.


*인터뷰 후기

놀이에 대해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해본 Etienne Tuyishime(Programme Assistant)는 아이들의 놀이 규칙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복잡하고, 놀이를 통해서 아이들이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합니다. 추후 부모교육 진행 시 아동들의 '놀이를 통한 배움'에 대해서 더욱 강조할 것이라고 다짐하였습니다.



아이들의 놀이에 대해서 인터뷰하고 있는 Etienne Tuyishime(Programme Assist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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